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인 정보 유출은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인보다 스팸 전화가 더 많이 걸려오는 시대에 살고 있죠. 이제 개인 정보 유출 뉴스를 봐도 '어차피 이미 다 팔린 정보...'라며 큰 감흥 없이 넘기곤 합니다.
사실 이것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쪽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레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필요 없으면 탈퇴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쿠팡 사태는 좀 심각하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이야 쉽게 생각할 수 있다고 쳐도, 정보를 탈취당한 기업은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심 어린 대처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마치 개인들이 그러하듯 유야무야 넘어가는 모습이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나름 오랜 기간 유료 회원으로 혜택을 누리며 유지했던 쿠팡이었는데, 막상 탈퇴하고 나니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점들이 보이더군요.
1. 계획적인 소비가 생겼다
쿠팡 탈퇴 후 처음에는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세일하는 거 뭐 살 거 없나?'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 패턴이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탈퇴 후, 비로소 구매에 계획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 구매 결정에 신중함이 더해졌다
이전에는 '일단 샀다가 필요 없으면 반품하면 되지'라는 인식으로 인해 구매에 큰 고민이 없었습니다. 반품이 너무 쉬웠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던 배송료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상품을 구매하기 전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대충 포장된 상품은 이제 안녕
쿠팡의 배송 속도는 인정하지만, 포장 상태는 늘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대충 포장했다가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겠지'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았습니다. 간단한 물건을 시키면 포장이 거의 없는 상태로 오기 일쑤였고, 대용량 샴푸 3~4개를 봉투에 담아 던져 놓듯이 배송되어 그중 하나는 터져있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이제는 적어도 기본에 충실한 포장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누가 썼던 물건'을 받을 걱정 해소
쿠팡은 배송의 편리함만큼이나 반품도 편리합니다. 그 결과, 반품되었던 상품이 다시 저에게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최근 바지 두 벌을 샀을 때도, 하나는 누가 봐도 뜯었다가 재포장한 흔적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래도 사니깐...'이라는 생각이 기업에 깔려있는 것 같았죠. 이제는 최소한 이런 재포장 상품을 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습니다.
탈퇴하고 보니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이전처럼 계획 없는 충동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신중하고 계획적인 소비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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